Elliot Eisner의 미술교육 — “정답이 아닌 가능성 탐색”의 인지 기능

Elliot W. Eisner(1933-2014)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로, 20세기 후반 미술교육 철학에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 중 한 사람이다. 본 분석은 Eisner의 미술교육 핵심 명제와 그가 정의한 미술의 인지 기능, 그리고 이 이론이 현대 미술교육 실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정리한다.

Eisner의 핵심 명제

Eisner의 가장 자주 인용되는 명제는 다음과 같다(Eisner, 2002).

> “예술 활동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탐색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과정이다.”

이 명제는 미술교육을 단순한 기술 학습이 아닌 인지 활동으로 재정의한다. Eisner에 따르면, 미술은 다른 학문 영역과 동등한 사고 양식이며, 미술 활동은 독자적인 인지 기능을 발달시킨다.

미술의 8가지 인지 기능

Eisner(2002)는 미술 활동이 다음 8가지 인지 기능을 발달시킨다고 정리한다.

  • 관계 형성(Relational Thinking): 부분과 전체, 색과 색, 형태와 공간 사이의 관계 파악
  • 유연한 목표 설정(Flexible Purposing): 작업 중 목표를 조정하는 능력
  • 재료의 활용(Use of Materials): 재료가 가진 가능성과 한계를 활용
  • 상상의 활용(Use of Imagination):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능력
  • 표현의 형식 학습(Learning Expressive Forms): 어떤 형식이 어떤 의미를 표현하는지 학습
  • 정서·이성의 통합(Integration of Affect and Cognition): 감정과 사고를 분리하지 않는 사고
  • 다중 시각의 활용(Multiple Perspectives): 한 사물·상황을 여러 관점에서 봄
  • 주제·과제의 변형(Transformation): 같은 주제를 다른 형식으로 변환

이 8가지 인지 기능은 단순히 미술 영역에 한정되지 않으며, 모든 사고 활동의 기초가 되는 인지 능력이다.

“정답이 없다”는 명제의 의미

Eisner의 “정답이 아닌 가능성 탐색” 명제는 종종 미술교육의 자유 표현 옹호로 단순화되곤 한다. 그러나 Eisner의 실제 의미는 더 깊다.

전통적 학교 교육은 정답이 있는 문제(closed-ended problems)를 다룬다. 수학 문제·과학 실험·역사 사실은 명확한 정답이 있다. 그러나 실제 삶의 문제 대부분은 정답이 없는 문제(open-ended problems)다.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 어떻게 갈등을 해결할 것인가,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에는 정답이 없고 여러 가능성이 공존한다.

Eisner에 따르면 미술 활동은 정답이 없는 문제를 다루는 인지 능력의 발달 도구다. 미술이 가진 “정답 없음”은 결함이 아니라 인지 발달의 본질적 자원이다.

미술 활동에서 “유연한 목표 설정”의 사례

Eisner가 정의한 8가지 인지 기능 중 가장 독특한 것이 “유연한 목표 설정(flexible purposing)”이다.

학습자가 사과 그리기를 시작했다고 가정하자. 작업 중 학습자가 사과의 그림자에 흥미를 느끼고, 결국 “사과와 그림자의 관계”를 주제로 작업이 변환된다. 이는 처음 의도한 목표가 작업 과정에서 조정된 사례다.

Eisner는 이러한 목표의 유연한 조정이 미술 활동의 본질적 특징이며, 이 능력이 일반 사고에도 전이된다고 주장한다. 실제 삶에서 우리는 시작한 일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목표를 조정한다.

Reggio Emilia·IB와의 사상적 친연성

Eisner의 사상은 같은 시대의 Reggio Emilia 사조 및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와 사상적으로 가깝다.

Reggio Emilia의 “교사는 답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아동을 보는 사람”이라는 명제는 Eisner의 “정답이 아닌 가능성 탐색”과 본질적으로 같은 출발점을 가진다. 두 사조 모두 학습자의 자기 탐구를 중심에 두고 교사의 역할을 답 제공자에서 facilitator로 재정의한다.

IB의 탐구 사이클(Inquiry Cycle)도 Eisner의 인지 기능 이론과 친연성을 가진다. 탐구 사이클의 “Going Further” 단계는 Eisner의 “유연한 목표 설정”·”다중 시각의 활용”과 직접 매핑된다.

미술교육 실천에 미친 영향

Eisner의 이론은 1980년대 이후 미국 미술교육 실천에 다음과 같이 영향을 미쳤다.

  • DBAE(Discipline-Based Art Education) 운동에 영향. 미술교육이 단순한 표현 활동이 아닌 학문적 영역으로 인식.
  • 포트폴리오 평가 도입. 단일 시험이 아닌 누적 작품을 통한 평가가 일반화.
  • 과정 중심 평가. 결과물뿐 아니라 작업 과정·사고 변화를 평가.
  • 교사 양성 과정의 변화. 교사의 미술 기술뿐 아니라 학습자 관찰·기록 능력이 강조됨.

이러한 영향은 미국·영국·캐나다·호주의 공교육 미술 커리큘럼에 반영되었으며, 한국에도 2000년대 이후 점진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Eisner 이론에 대한 비판

Eisner 이론은 다음과 같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 추상성: “정답이 없는 사고”의 발달이라는 명제가 추상적이며, 구체적 교수법으로 변환하기 어렵다는 지적.
  • 평가의 어려움: Eisner가 강조한 인지 기능의 발달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학습자가 정말 “관계 형성 능력”이 발달했는지 어떻게 증명하는가.
  • 시간 효율성: 정답이 없는 탐색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입시 중심 교육 환경과 충돌.
  • 문화적 보편성: Eisner 이론이 서구 개인주의 문화에 기반하며, 다른 문화에 일률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

이러한 비판에도 Eisner의 핵심 통찰(미술의 인지적 가치, 정답 없는 사고의 중요성)은 현대 미술교육의 기초로 유지되고 있다.

도식기 후반(7~10세) 학습자에 대한 적용

Eisner 이론을 도식기 후반 학습자에 적용하면 다음 함의가 도출된다.

이 시기 학습자는 자기 그림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전통적 미술교육은 이 시점에 “올바른” 표현법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그러나 Eisner의 관점에서 이는 잘못된 접근이다. 학습자의 의문은 “정답을 찾는” 인지가 아니라 “가능성을 탐색하는” 인지의 발달 신호이며, 미술교육은 그 가능성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응답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도식기 후반 학습자에게는 다음 활동이 효과적이다.

  • 같은 사물을 여러 방식으로 표현하는 시리즈 작업(다중 시각)
  • 작업 중 주제 조정을 허용하는 환경(유연한 목표 설정)
  • 다양한 재료의 가능성 탐구(재료의 활용)
  • 자기 작품에 대한 학습자 본인의 설명·토론(표현 형식 학습)

결론

Elliot Eisner의 미술교육 이론은 미술을 인지 활동으로 재정의하고 8가지 인지 기능을 통해 그 가치를 구체화했다. “정답이 아닌 가능성 탐색”이라는 명제는 미술교육을 자유 표현 옹호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정답 없는 문제를 다루는 사고 능력의 발달 도구로 자리매김시켰다. 도식기 후반(7~10세) 학습자에게 특히 유효하며, Reggio Emilia·IB·Vygotsky 같은 다른 사조·이론과 통합적으로 적용 가능하다.

참고문헌

  • Eisner, E. W. (2002). *The Arts and the Creation of Mind*. Yale University Press.
  • Eisner, E. W. (1985). *The Art of Educational Evaluation: A Personal View*. Falmer Press.
  • Eisner, E. W. (1991). *The Enlightened Eye: Qualitative Inquiry and the Enhancement of Educational Practice*.
  • Greene, M. (2001). *Variations on a Blue Guitar: The Lincoln Center Institute Lectures on Aesthetic Education*.
  • Lowenfeld, V. (1947). *Creative and Mental Growth*. Macmil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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